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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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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쩌다 채해병 사건을 향해 달리게 되었나

 

2장. 100일

 

2022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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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취임하고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후 1년 9개월 동안 사라질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54분 중 20분을 대통령 모두발언으로 사용했고, (내 눈에는) 준비된 듯한 12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나머지 34분을 채웠다. 

 

어려워진 경제 문제도, 당시 중국과의 마찰 문제도 질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때 대통령은 8월 8일을 의식한 발언을 두 번 했다(한 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Q1. 도어스테핑을 할 때 답변이나 태도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그런 지적을 받았을 때 심경은 어땠나? 이걸 앞으로 계속할 생각인가?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도어스태핑 때문에 지지(율)가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만, 그거는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Q2. 얼마 전 폭우 피해로 반지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근데 공공주택 지원 같은 경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월세 지원책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이런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있는가?

 

“그 기록적인 집중 후 그 피해를 저희가 보면서 이분들에 대한 안전이 더 시급한 문제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여유분이 좀 있고, 아, 그리고 이분들이 지상에 주택으로 그 이전할 수 있는 전세자금 금융지원 여력도 좀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빨리 시행을 해서 이분들이 먼저 향후 이런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안전하게 계실 수 있도록 먼저 장치를 만들고요. 그리고 이번에도 보니까 그 거기 창틀이 라든가 문 이라든가 이런 것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계를 하면, 조금 더 안전을 지킬 수가 있고....”

 

두 번째 답변은 주택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신림 반지하 일가족 참변에 대해 말은 나왔지만, 핵심은 첫 번째 질문이었다. 아니, 두 질문은 하나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질문과 답변의 근간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에 들어갔던 이유와 그로 인해 파생된 사건이 연결돼 있다. 

 

이 두 개의 질문은 대통령에게 가시 같은 거였을 거다. 이를 아는 건지 다음날 북한은 두 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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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을 쏜 건 8.15 대통령 경축사에 들어간 ‘담대한 구상’과 을지훈련 등등, 그리고 때마침 들어맞은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거다. 

 

여담이지만, 미사일 발사를 아무 때나 하는 건 아니다. 미리 미사일 발사 스케줄을 짜놓고, 그 전후로 정치적 함의가 있을 만한 날짜를 조정한다. 아무 때나 막 쏘는 거 같지만, 북한도 나름 치밀한 구석이 있다. 무턱대고 쏘았다간 아무리 북한이지만 버티기 힘들어진다. 주변국의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위해서도 사전 통보는 예의이자 의무다. 국제해사기구나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위성 발사 혹은 위성 발사를 빙자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기 전에 통보를 하는 게 의무다.

 

물론, 이건 여기에 가입했냐가 먼저인데, 북한은 이들 기구에 가입돼 있다. 가입국은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5일 전에 국제해사기구와 주변국에 통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주변국도 해상 안전과 위성 주파수 조정 등을 해서 피해를 미리미리 방지할 수 있다. 아닌 거 같아도 미사일 한 번 발사하려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게 있다)

 

3장. 포항

 

2022년 9월 5일

 

힌남노.jpg

 

100일 기자회견이 있은 지 20여 일이 지났을 때였다. 이번에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대통령은 8월 8일 밤의 악몽을 기억했는지, 이번에는 녹색 민방위복을 입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철야 비상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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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통령실>

 

하루가 지난 9월 6일 포항시 남구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냉천이 범람해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8명을 포함, 9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진 거다. 이 사건으로 근처 저수지 관리자 4명과 아파트 관리자, 경비원 등 5명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리고 ‘영웅’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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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 제보.PNG

출처-<국민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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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해병대>

 

시간당 100mm가 넘어가는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포항의 해병대 1사단이 KAAV(상륙돌격장갑차)와 IBS(고무보트)를 끌고 왔다. 포항 남부소방서 구조요원을 태우고 물살을 가르는 해병대의 모습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에게는 홍해의 기적 같았다.   

 

8월에 이어 또다시 10여 명의 인명사고가 난 상황.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부담이었을 거다, 이 여론을 한 번에 뒤바꾼 '영웅'이 나온 거다. 해병대의 활약상으로 여론을 돌릴 수 있었다. 

 

대통령은 한껏 고무됐다. 당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1사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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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해병대원들의 노고에 격려를 보낸다. 군과 소방청이 합심해 고립된 주민에게 건넨 손길에 국민들도 같은 응원의 마음일 것이다."

 

국가 재난 때마다 활약한 군대가 이번에 대통령을 구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어깨가 으쓱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때까지 그 이름조차 알 수 없었던 해병대 사단장의 이름이 통신사 이곳저곳에 등장하게 된다. 

 

『임성근』

 

9월 7일 대통령은 한달음에 포항으로 달려갔다.

 

대통령은 포항 남구의 오천시장에서 임성근을 마주한다. 상황판과 지시봉이 등장했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의 남편 송승헌이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하던 장면을 묘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임성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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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구도를 보면, 대통령이 주인공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대통령을 구한 이가 임성근이었다. 임성근은 일생일대의 브리핑을 했다. 

 

해병대의 대민지원 상황을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하는 순간. 

 

아마도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브리핑 중 하나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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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은 수해복구 상황과 해병대의 대민지원 현황을 브리핑했고, 대통령은 악수를 건네면서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고 복구하는 것은 국가안보입니다. 군의 본연의 임무라 생각 하시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대통령이 되고 겪은 첫 여름. 공직 생활을 오래 했다지만, 민방위복과는 거리가 있었던 검찰로서의 생활. 

 

청와대를 떠난 대통��으로 겪어야 했던 고립, 이로 인한 언론의 비판과 들끓는 민심 속에서 다시 마주한 인명사고. 그 인명사고로 여론이 다시 뒤숭숭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되돌린 수훈자 앞에서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모습을 연출했다. 

 

임성근은 그 연출에서 처음과 끝을 담당했다. 대통령은 공을 세운 장수를 치하하며, 자신이 권력자임을, 그리고 공을 세울 수 있는 자를 인선한, 눈썰미 가진 통치자로 나섰다. 

 

2022년 여름은 그렇게 해병대의 수해복구 모습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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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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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언론에 알리게 됐다. 군 인생에 위기도 있었지만, 무난히 잘 헤쳐 나왔고, 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해병대 군인으로 두 번째 자리에까지 오른 거다. 

 

누군가가 그의 인생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군 경력상으로만 한정한다면...

 

“성공한 인생”

 

이라고 말해도 무방했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별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

 

그는 하늘이 선택한 남자였다. 

 

출처 해병대.jpg

출처-<해병대>

 

<계속>